아직 쌀쌀한 봄날 어느 주말, 한적한 청담동 거리로 나서니 웨딩촬영에 분주한 예비부부들이 눈에 띕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한 때이기에 환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얼굴들. 시간이 멈춘 듯, 그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10년차 부부를 만났습니다.
시린 손을 꼭 붙잡은 두 남녀가 청담동의 한 주얼리 공방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다소 앳된 얼굴이 마치 신혼 같은 이들은 사실 슬하에 두 아이를 둔, 오래된 부부입니다.
“5월 4일이면 결혼기념일인지라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던 차였습니다. 회사 이벤트가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재빨리 신청했죠.”
사내 커플로 만난 차태승 대리 부부는 5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아내 김미현 씨는 당시에 일명 ‘3라인의 퀸카’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는데요, 처음 아내를 보았을 때 그는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줍은 미소를 띠는 김미현 씨의 모습을 보니 신혼부부 같던 첫 느낌이 그저 겉모습만은 아닌 듯했습니다. 평소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아 결혼기념일이 돌아오면 회사에서 주는 선물을 가져가거나 외식하는 것으로 만족했다던 둘. 하지만 올해는 10주년인 만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참입니다.
반지를 만들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디자인 구상입니다. 여러 샘플을 찬찬히 뜯어보던 부부가 선택한 디자인은 두 개의 반지를 붙이면 하트 모양이 완성되는 커플링. 이후 반지에 새길 이니셜을 정하자 드디어 본격적인 수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니셜을 새기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힘 조절이 녹록치 않아 초보자들에게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연습 겸 작은 하트 모양의 금속에 두 사람의 이니셜을 각인하는 부부. 서로 잘하지 못한다며 티격태격하지만 따뜻한 미소는 입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땜질을 무사히 끝내고 광택까지 내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둘만의 커플링이 탄생했습니다.
“커플링을 만드는 과정이 마치 부부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할 때는 완성된 반지처럼 화려한 모습만 보다가, 결혼하고 나면 그 화려함의 이면, 진솔한 마음을 볼 수 있죠. 여러 모로 뜻 깊었습니다.”
오늘 일 년 동안의 웃음을 모두 나눈 것 같다며 미소 짓는 차태승 대리 부부. 반지에 새긴 빛나는 약속이 앞으로도 그들의 앞길을 아름답게 비추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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