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부터 매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은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핵심 반도체 DDI(Display Driver IC)입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지만 DDI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삼성전자 S.LSI 사업부 DDI 개발팀을 찾아 DDI가 무엇인지, 또 어떤 제품에 쓰이는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먼저 DDI를 간단히 알아볼까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DDI는 우리가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에도, PC와 TV 속에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화면(디스플레이) 가장자리, 케이스로 덮인 곳에 살짝 숨어 있죠.
DDI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나타내도록 해주는 부품입니다. 즉 전달받은 디지털 신호를 RGB 아날로그 값으로 전환해 디스플레이에 전달해 주는 회로라고 할 수 있죠. 나날이 해상도가 높아지는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 DDI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디스플레이도 없다는 사실!
삼성전자 DDI는 2002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1등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좋은 기술을 개발한 덕입니다. 삼성전자 개발한 고속 인터페이스 기술, 저전력·박막 기술 등은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규철 상무(팀장) / S.LSI사업부
“DDI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UHD TV가 보급되면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매년 더 좋은 해상도, 크기, 기능을 갖춘 디스플레이가 출시되는 만큼 DDI 역시 진화를 거듭해왔는데요. 특히 올해는 커브드 TV와 웨어러블 제품이 출시되면서 ‘플렉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라는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에 맞춰 DDI도 다양한 기술 진화를 이뤄 냈습니다.”
DDI 주력 제품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Mobile DDI(MDDI), 태블릿이나 스마트 TV 등 중대형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Panel DDI(PDDI), 그리고 DDI와 디스플레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T-CON(Timing CONtroller)입니다. 먼저 PDDI 개발 담당자들을 찾아 실험실을 찾았는데요. IC 특성 평가를 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강상구 선임을 만났습니다.
강상구 선임 / S.LSI 사업부
“지금 보시는 패널이 65인치 TV 디스플레이 패널입니다. DDI는 가장자리에 붙어 있어요.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은 소스 드라이버 IC, 게이트 드라이버 IC로 나뉩니다. 가로 방향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이트 IC, 세로 방향의 소스 IC가 여러 개 설치돼 있죠.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LCD 패널이 구동됩니다.”
PCB(인쇄 회로 기판) 중간에 얇고 편평한 부품이 하나 보이는데요. 이것은 입력된 화상 정보를 DDI에서 필요로 하는 신호로 변환시키는 T-CON입니다. 즉 입력 데이터 정보로부터 DDI의 게이트, 소스 신호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죠. 과거에는 해상도 낮은 T-CON 여러 개가 모여 큰 해상도를 지원했는데요. 이젠 삼성전자 기술로 제작한 UHD T-CON 하나로 높은 해상도를 지원한다고 하네요.
김종선 상무 / S.LSI 사업부
“UHD TV에 들어가는 T-CON을 개발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TV사업의 사활을 건다는 생각으로 팀원들과 밤낮 없이 개발했는데, 양산 직전에 내부 테스트 환경에서는 없던 문제가 발견된 거죠. 팀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덕분에 UHD 이상 고해상도 T-CON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죠.”
치열했던 개발 과정 덕분일까요? 전세계 축구 축제가 진행되는 요즘, 김종선 상무와 팀원들은 TV에서 UHD TV 광고를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합니다.
Mobile DDI는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DDI입니다. Panel DDI와는 달리 한 개가 부착돼 있는데요. 여러 샘플 중에서 하나를 골라 든 김병하 수석이 설명을 시작합니다.
김병하 수석 / S.LSI사업부
“TV는 패널이 크니까 소스 IC, 게이트 IC가 여러 개 있고, 그걸 구동시켜주는 파워 IC, 제어하는 컨트롤 IC가 따로 있습니다. 모바일 DDI에는 지금 말씀 드린 기능이 모두 들어갑니다. 여기 길고 얇은 DDI가 보이시나요? 모바일 원 칩이라고도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DDI를 부착한 방식이 조금 다른데요. 유리 기판에 바로 붙인 DDI는 COG(Chip On Glass),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화면에 필름을 덧대 붙이는 DDI는 COF(Chip On Film) 라고 합니다. 이는 Mobile DDI뿐 아니라 Panel DDI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패키지 기술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조금 헷갈리시죠? 딱 하나만 알아두면 됩니다. 바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에 맞춰 진화한 방식이 COF, 즉 필름을 이용한 겁니다. 화면이 구부러져도 DDI가 안정적으로 탑재되도록 고안해낸 방식입니다.
DDI는 사업 초기부터 시장 선도자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 온 제품입니다. 그만큼 1등으로서의 자존심이 느껴지는데요. 마라톤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주자가 기록 단축을 위해 스퍼트를 올리듯, 세계 최고 제품을 더 진화시키기 위해 내일을 준비하는 철저함 덕분에 DDI의 오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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