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와 3G, 4G(LTE)를 넘어 5G까지 무선이동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물인터넷(IoT)과 가상/증강현실(VR/AR)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 이동통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가 있는데요. 바로 ‘모뎀 칩’입니다.
‘나는 신입사원입니다!’의 열 번째 주인공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모뎀’을 개발하는 이승혁 님인데요. 통신 기기의 핵심 장치로 꼽히는 모뎀 회로설계 직무와 이승혁 님의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소속된 Modem개발팀은 통신 기기에 탑재되는 모뎀을 개발하고 검증해 칩으로 구현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뎀(Modem)은 휴대폰과 기지국 사이의 정보 송수신 처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모뎀이 없으면 전화가 불가능하죠.
전체 과정 속에서 보면, 먼저 기지국에서 전달된 아날로그 신호를 RF(Radio Frequency) 칩에서 수신합니다. RF 칩을 통해 해당 신호들은 디지털화되고, 이후 모뎀으로 들어옵니다. 이러한 디지털 신호들을 실제 휴대폰 사용자가 들을 수 있게끔 각종 알고리즘으로 값을 추정하고 처리하는 것이 모뎀의 역할입니다.”
Modem개발팀의 업무는 크게 ‘시스템’과 ‘디자인’으로 나눠지는데요. 시스템 담당자들이 알고리즘을 설계하면 디자인 담당자들이 회로를 설계하고 검증해 칩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이승혁님은 디자인 업무 중에서도 채널 추정을 위한 블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 재료 손질, 계량, 칼질, 굽기 등 역할을 나누는 것처럼, 모뎀을 만들 때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블록(Block)을 세세하게 나눠 개발합니다.
그중 저는 채널을 추정하는 블록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완벽하지 않은 신호를 받더라도 최대한 가까운 값으로 추정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 요즘 휴대폰의 통화 음질이 굉장히 많이 개선되었잖아요. 바로 이러한 채널 추정 기능의 향상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승혁 님처럼 각각의 블록을 맡아 개발하는 모뎀 하드웨어 설계 엔지니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뎀 하드웨어 설계 엔지니어는 특정 블록의 모뎀 설계를 온전히 도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맡은 블록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스스로 신호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한데요. 시간이 꽤나 소요되고, 지루한 작업일지라도 다들 책임감과 끈기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모뎀은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른 업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디자인 업무 외에도 시스템의 이동통신 표준, RF, 안테나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춰야만 모뎀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부서 선배님들께 부탁드리거나 다른 블록을 담당하는 동기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틈틈이 공부합니다. 다행히 동기들이 시스템, 설계, 검증 등 다양한 파트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석사는 레이더 신호처리를 전공한 이승혁 님은 대학 시절 수강한 전공 수업들을 통해 운명처럼 딱 맞는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논리 회로 수업을 우연히 수강했는데 그때 접한 디지털 수체계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어서 듣게 된 시스템 설계 수업에서도 회로설계에 큰 재미를 느꼈고요. 특히, 졸업 프로젝트를 통해 레이더 신호처리를 설계하고 검증한 후에 구현된 결과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해당 분야에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신호처리와 회로설계와 관련된 직무를 탐색했습니다. 이때 삼성전자 모뎀 개발팀의 5G 이동통신 모뎀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었다는 기사를 보았고, 훌륭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디지털 회로설계 업무를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이승혁 님. 삼성전자 반도체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고 합니다.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여러 번 복습했습니다. 경험했던 프로젝트 등의 기억을 되새기며 당시 습득했거나 느낀 점들을 떠올렸죠.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서 5G와 모뎀, 삼성전자 반도체와 관련된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고, 유의미한 자료들은 문서화해 모았습니다. 특히 산업과 기술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찾아본 것이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대학 전공 수업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입사 후 실무를 하면서 전공 과목이 다양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필요 없는 전공이 없더라고요. 특히, 통신 신호 처리 관련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좋습니다.”
Modem개발팀은 서로의 업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코로나19로 팀원들 간 부족해진 대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팀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Walking Talking’이란 조직문화 활동이 있는데요. 참여를 신청한 부서원들에게 커피 쿠폰을 주고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도록 한 시간입니다. 소요 시간 별로 세 가지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코스를 다 돌 때까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게 권장하고 있어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배 이상으로, 제품 종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넓은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쟁쟁한 경쟁사들과 기술력을 겨루며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도 취준생 시절 자존감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는데요. 그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외웠습니다. ‘될 사람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다.’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하다 보면 나의 가치를 알아보는 곳이 있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에 언젠가 저와 함께 우리나라 모뎀 기술 개발에 기여할 분이 나타난다면 정말 좋겠네요!”
지금까지 운명처럼 빠져든 회로설계 분야에서 모뎀 하드웨어 설계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승혁 님을 만나보았는데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다양한 직무 이야기는 ‘나는 신입사원입니다!’ 11탄에서 계속됩니다.
* 기사에 포함된 사진들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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