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복잡한 패턴과 숫자로 입력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편의성에 보안성까지 갖춘 다양한 생체 인식 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체 인식은 이미 스마트폰, 도어락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만큼 상용화되었지만, 발전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한데요. 시장 조사 업체 마켓앤마켓(Markets&Markets)은 세계 생체 인증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3년에는 418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생체 인식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문 인식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생체 인식 기술 중 하나입니다. 크게 ‘광학식’, ‘정전용량식’ ‘초음파 방식’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나온 기술인 ‘광학식’ 지문 인식은 빛에 반사된 지문 영상을 저장된 지문과 대조하는 방식입니다. 내구성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식률과 보안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후 개발된 ‘정전용량식’은 이를 보완한 기술인데요. 지문을 센서에 두었을 때 융선(지문의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의 굴곡)의 전기 신호 차이를 파악해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속도가 빠르고 부피가 작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0에도 탑재된 최신 기술 ‘초음파 방식’은 태아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초음파를 발사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여 지문의 높이 차를 측정하는 원리인데요. 물체를 투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물이나 이물질이 묻은 상태에서도 우수한 인식률을 자랑합니다.
지문 인식이 ‘형태’를 인식하는 기술이라면 정맥 인식은 ‘피의 흐름’을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손바닥 혈관에서 심장 방향의 정맥을 적외선 카메라로 스캔해 정보를 저장한 후 대치하는 방식인데요. 사람마다 정맥 굵기나 선명도, 모양, 흐름이 다르고, 일정 나이대가 지나면 변하지 않아 정확성이 높습니다. 높은 보안성 덕분에 국내 공항에서도 신원 확인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인식 시간이 길어 스마트폰처럼 잦은 인식이 필요한 기기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복제 불가능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 받는 생체 인식 기술이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뼈, 근육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개인마다 다른 근육과 뼈, 지방, 혈관 등을 포착해 인증하는 시스템으로, 복잡한 신체 특징을 신호체계로 바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미지 처리 기술과 달리 신체 내부 구조적 특징을 활용해 높은 보안성을 목표로 합니다. 향후 생체 인식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 지 기대됩니다.
사람 홍채가 같을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약 40개의 특징으로 식별하는 지문에 비해 홍채 인식은 266개의 고유 패턴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훨씬 정교한데요.
홍채 인식에는 근적외선 기술이 사용됩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홍채를 인식한 후, 홍채의 명암 패턴 등을 분석하며 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기존에 저장된 홍채 정보와 대치해 인식하는 형태인데요. 높은 보안성과 낮은 인식 오류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타 방식에 비해 인식 시간이 오래 걸려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지문 인식과 함께 대세가 된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안면 인식 기술인데요. 그 동안 안면 인식은 오랜 역사에 비해 보안성이 낮아 외면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3D스캐닝과 인공지능(AI)를 통한 딥러닝 등의 결합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는데요.
3D스캐닝은 적외선으로 얼굴에 수많은 점을 뿌린 후 점들의 위치를 통합해 3D모델을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외형을 보지 않고 눈과 입, 콧구멍, 턱 사이의 각도와 거리, 광대뼈 등 돌출 정도를 파악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2020년 CES 에서는 딥러닝과 신경망 알고리즘을 활용한 안면 인식 기술도 선보였는데요. 사람의 나이, 성별, 기분까지 분석하는 AI 안면 인식 기술은 뛰어난 정확성과 성능, 보안성까지 갖춰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2020년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키워드입니다. 생체 인식 기술은 자동차에도 적용되며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데요.
일례로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지문 인식 스마트키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운전석 손잡이의 지문 인식 센서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 땐 등록해둔 손가락으로 시동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지문 인식을 할 때마다 기존 지문의 특징을 갱신해 높은 보안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스마트카에 적용되는 생체 인식은 단순히 열쇠 역할을 넘어 운전자의 감정이나 상태를 케어하는 기술로도 발전했습니다. 안면 인식 기술로 운전자의 감정이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인데요. 만약 졸음 운전이 감지되면 자동차가 경고 신호를 보내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금융 키오스크는 체크카드 신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보안 매체 발급 등 ATM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생체 인식을 접목한 금융 키오스크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정맥 인식으로 본인 인증을 하거나 홍채, 지문, 정맥 등 다양한 방식의 인증 기능을 종합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한번쯤 생체 인식으로 결제를 진행한 경험이 있을 텐데요. 생체 인식은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온라인몰은 결제 수단으로 손바닥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신용카드 대신 손바닥의 주름과 정맥 세부 형태를 포착해 신원을 식별하고 결제하는 원리입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손바닥 정맥 지도 정보로 결제할 수 있는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 혈관의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결제 정보와 지문, 목소리, 얼굴 등 생체 인식을 사전에 등록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시스템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 공항의 탑승 수속이 빨라졌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을 포함한 전국 14개 국내선이 정맥 인식을 활용한 ‘생체정보 인증 신분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서비스로 항공기 탑승 수속과 항공사별 무인 체크인 서비스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스캐너에 손바닥을 갖다 대기만 하면 개인의 정맥 정보를 식별해 신분증 없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요. 탑승 고객은 한 번만 생체 정보를 등록하면 향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이제 발권부터 탑승 확인까지, 모든 수속 절차를 생체 인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입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터치하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개인을 인증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향후 생체 인증 시장이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데요. 분실 위험이 적고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각광받는 생체 인식이지만 신제 정보로 외부에 노출이 될 수 있다는 우려점도 있는데요. 뛰어난 기술과 함께 그 이면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문제점도 함께 해결해 나감으로써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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