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반도체 산업 관련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들은 반도체 기업 형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 만큼 여러 형태의 기업들이 협력해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설계, 생산, 조립•검사, 유통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기업들 중에는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도 있고, 파운드리나 팹리스처럼 특정 역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은 모든 반도체 생산 공정을 종합적으로 갖춘 기업을 뜻합니다. 한 회사가 웨이퍼 생산 설비인 팹(fab)*을 갖추고 있고, 반도체 설계, 웨이퍼 가공, 패키징, 테스트로 이어지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행합니다.
※팹(fab)이란? ‘fabrication facility’의 약자로 웨이퍼를 생산하는 설비를 의미합니다. 팹을 건설하려면 수 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
IP기업은 팹리스처럼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팹리스와는 수익 모델이 조금 다른데요. IP기업은 셀 라이브러리라고 하는 특정 설계 블록을 팹리스나 IDM, 파운드리 등에 제공하고 IP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료, 로열티를 받습니다. 그래서 지적 재산권을 뜻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 용어를 쓰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팹리스는 설계 후 외주를 통해 자사 제품을 생산한다면, IP기업은 설계 라이선스를 판매할 뿐 자신의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설계를 제외한 웨이퍼 생산, 패키징, 테스트 등은 모두 외주로 진행되며, 외주를 통해 생산이 완료된 칩의 소유권이나 영업권은 팹리스에 있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합니다.
팹리스는 대규모 자본이 드는 공장을 갖추지 않고 설계에 주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시설 없이 뛰어난 아이디어와 우수한 칩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칩 개발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로 기술적인 다양성을 갖는 시스템 반도체가 주로 팹리스의 형태를 가집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생산)의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기업입니다.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제품을 각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적합하도록 최적화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설계도면을 제조용 설계도면으로 다시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팹리스 기업에서 레이아웃 검증과 같은 백앤드디자인(Back end design)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디자인하우스를 이용하곤 합니다.
헬로칩스 2화에서도 한번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요.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반도체 공정을 빵 만들기에 비유해보면, 빵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을 팹리스(설계), 빵을 직접 구워내는 제빵사는 파운드리(생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빵을 구워야 하는데, 이때 밀가루를 최적의 비율로 믹스해서 제공받으면 훨씬 수월하겠죠? 이처럼 생산이 용이하도록 중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하우스’입니다.
반도체에 ‘설계’ 전문 기업이 있다면, ‘생산’ 전문 기업 파운드리도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생산 공정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자체 제품이 아닌 수탁생산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즉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직접 설계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제품을 대신 생산해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파운드리 기업은 자체적으로 IP를 설계하기도 하며, IP회사들과 제휴를 맺어 고객들이 필요로 할 시 좋은 IP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생산 전문 파운드리의 주 고객은 바로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회사입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수조원대의 막대한 시설 투자비용이 들고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해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든 회사들이 반도체를 생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이러한 수많은 팹리스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는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수탁기업으로 어셈블리 기업, 패키징 기업이라고도 불립니다. 폭넓은 의미에서 반도체 후공정 업계를 뜻하는데, 반도체 후공정은 크게 패키징, 테스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팹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웨이퍼에 있는 수백 개의 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의 칩은 외부와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으며, 외부 충격에 의해 손상되기도 쉽습니다. 이 칩을 낱개로 하나하나 잘라내어 기판이나 전자기기에 장착되기 위해 포장하는 작업을 패키징이라 합니다. 패키징 기업은 이런 반도체 칩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이렇게 팹 공정과 패키징 공정을 마친 반도체는 완벽한 품질과 신뢰성을 위해 철저한 검사를 거칩니다. 고가의 전자 장비의 핵심 부품인 만큼 엄격한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IDM이나 파운드리 기업은 테스트 전문 기업에 업무를 위탁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더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기업의 종류와 역할까지 알아보았습니다. IT 산업의 발달로 반도체가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며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반도체는 복잡한 기술력만큼 다양한 기업이 생태계를 이루고 분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더해 종합 반도체 강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다양한 반도체 기업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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