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표지판과 지도 한 장에 의지하며 운전하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GPS 기술로 무장한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쉽고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요즘,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최첨단 IT 기술로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주고 많은 운전자들의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은 항해 또는 항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선박이나 비행기에서 사용되었던 개념이 자동차로 확장된 것이죠. 이번 시간에는 오늘날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내비게이션(Automotive navigation system)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시초는 1920년대 영국에서 발명된 ‘루트파인더(Route Finder)’입니다. 루트파인더는 손목시계와 같은 모양의 본체와 주행거리, 목적지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 다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목적지에 맞는 지도를 본체에 끼운 다음 손목에 착용하고, 이동할 때마다 사용자가 지도에 달린 나무 손잡이를 직접 돌려가며 경로를 탐색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루트파인더는 당시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목적지에 따라 지도를 교체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자동차 대중화가 진행되지 않은 20세기 초에 발명됐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의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1981년 일본의 한 자동차 제조사가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Electro Gyrocator)’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는 자이로스코프(3개의 축을 통해 회전체가 어떤 방향이든 자유롭게 가리킬 수 있는 장치)와 필름형 지도를 사용했는데요. 좁은 화면에서 구현되는 지도의 한계와 정확도의 문제로 인해 실제 위치와 오차를 보이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어 1985년에는 최초의 전자식 내비게이션이 탄생했습니다. 미국 자동차용품업체에서 개발한 ‘이택 내비게이터(Etak Navigator)’인데요. 전자 나침반과 바퀴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도착 지점을 추정하는 추측항법이 쓰였는데 다소 비싼 가격과 낮은 정확도로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던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미국이 GPS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을 전면 개방한 2000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GPS 내비게이션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우리나라는 1997년 10월 국산차 최초로 순정 옵션의 터치스크린 방식 내비게이션 ‘현대 오토넷 내비게이션’이 등장했죠. 하지만 2D 지도를 이용한 자동차 매립형의 현대 오토넷 내비게이션 역시 높은 비용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4년 가격을 낮춘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내비게이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핵심기술은 GPS라고 할 수 있는데요. GPS란 GPS 위성의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항법시스템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 군사목적으로 24개의 GPS 위성을 쏘아 올렸고, 2000년부터 민간용 코드를 개방하면서 내비게이션 위치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게 됐죠.
먼저 GPS는 우주 부문, 지상관제 부문, 사용자 부문으로 구성됩니다. 우주 부문은 GPS 위성을, 지상관제 부문은 지상에 위치한 제어국을, 사용자 부문은 GPS 수신기를 말합니다. 제어국은 미국에 있는 주 제어국과, 세계 곳곳에 분포된 5개의 부 제어국으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GPS는 어떻게 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 위치를 파악할까요? GPS는 지구 주위를 도는 24개 위성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얻어내는데요. 기본적으로 한 지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3개의 위성이 필요합니다. 삼각측량법을 이용한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시간 오차를 확인하기 위한 위성 1기가 더 이용됩니다. 이론상으로는 지구 표면 자체가 1개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3개의 GPS 위성이면 위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위성 시계와 수신기의 시계가 일치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3개의 거리 계산 위성과 1개의 시간 오차 보정 위성까지 최소 4개 이상의 위성이 있어야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지도를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은 현재 3D지도, 위성지도, 실시간 도로 상황 연동, 텔레매틱스 시스템, 음성 인식 기능 등 최첨단의 기술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증강현실 기술을 통한 진화가 또 한 번 진행 중인데요.
증강현실 기능이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기존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가진 한계를 뛰어 넘어 원활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전면 유리창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연동되어 유리창 자체에 방향 지시 등의 길 안내가 표시됩니다. 즉, 현재 주행하는 환경에 가상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더해 각종 주행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고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또한 HUD와 기존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보다 선명하고 넓은 화면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2D, 3D를 넘어 증강현실 기능까지 접목돼 길라잡이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앞으로 내비게이션의 진화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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