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상황 속에 개막 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전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스포츠 중계채널 ESPN에서 KBO를 소개하고, 한국 Bat Flip(일명 ‘빠던’) 문화에 주목하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 야구! 알고 보면 야구는 섬세한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갔던 야구공 실밥의 과학부터 홈런의 비결까지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면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춘 것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적용된 야구공 반발계수는 0.4034∼0.4234 사이로, 지난해까지 공인했던 반발계수 0.4134∼0.4374보다 줄어들었는데요. 야구에서 반발계수는 왜 중요할까요?
*반발계수란 ‘물체가 반발하는 정도’로, 공이 배트에 부딪혔을 때 튕겨 나가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반발계수가 커질수록 배트에 맞은 공의 속도가 빨라지는데요. 1870년대 야구공은 반발계수가 매우 커 한 경기에 100점이 넘기도 했습니다. 반발계수가 0.001 줄어들면 타구의 비거리가 20㎝ 줄어드니, 1m 차이로 외야와 홈런이 결정되는 야구에서 반발계수는 굉장히 중요하죠.
※ 반발계수 e = 충돌 후 상대속도 / 충돌 전 상대속도 |
그렇다면 반발계수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야구공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먼저 단단한 코르크 코어에 고무를 덧씌우고, 양모로 된 청회색과 흰색 털실을 감습니다. 여기에 면 겹사를 한 번 더 감은 뒤, 가죽 두 쪽을 108번 바느질을 해 만들면 완성이죠. 이렇게 완성된 야구공은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만들고, 투수의 역할도 돋보이게 합니다.
야구 배트도 반발계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프로야구 선수는 나무 배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알루미늄 배트는 가볍고 반발계수가 높아 조금만 휘둘러도 공을 멀리까지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타자가 친 공이 투수를 직격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잦은 홈런으로 경기가 지루해질 우려가 있어 사용하지 않습니다.
야구공에 있는 108개의 실밥은 타자와 투수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우선 실밥은 타자가 치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가도록 해줍니다. 실밥이 없다면 공이 90m 이상 날아갈 수 없기 때문에, 시원한 홈런은 구경할 수 없겠죠.
투수가 던지는 구속(공의 속도)과 변화구도 연관이 있습니다. 투수가 던지는 구속이 빠를수록 타자가 판단할 시간이 줄어들어 공을 정확하게 치기 힘들어지는데요. 만약 투수가 150km의 공을 던질 경우 타자는 비행시간 0.4초에서 반응시간 0.25초를 제외한 0.15초 안에 모든 판단을 끝내야 하죠. 직구 외에도 타자 앞에서 휘어지는 커브,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 등 다채로운 변화구 역시 실밥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구공 비거리와 구속, 변화구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있을까요?
공의 매끄러운 표면은 공 정면의 저항은 줄이지만, 공 후방에는 낮은 압력으로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요. 이 소용돌이는 공을 뒤로 잡아 당겨 공의 비행을 방해합니다.
반면 실밥이 있는 공은 공기의 흐름을 불규칙적으로 만들어 공 뒤쪽 저항을 줄이고 추진력을 얻습니다. 이처럼 공 표면의 변화는 비행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경기에서 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요. 투수가 경기 중에 공에 흠이 생겼다고 공을 교체하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투수는 실밥을 손에 걸친 상태에서 공을 던지며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회전시키는데요. 이렇게 회전하는 공에 베르누이 정리의 마그누스 힘이 공의 궤적을 결정하며 다양한 변화구를 만들어 냅니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지고,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아집니다. 만약 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간다면, 공을 감싸는 바람은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흐르는데요. 여기에 공이 회전하는 방향을 고려한다면, 공의 회전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일치하는 위쪽은 흐름이 빨라져 압력이 낮아지고, 방향이 다른 아래쪽은 흐름이 느려져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때, 압력이 높은 곳(아래쪽)에서 압력이 낮은 쪽(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바로 마그누스 힘입니다. 이 힘이 야구공의 궤적을 결정해 다양한 변화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홈런을 친 선수는 인터뷰에서 보통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공이 배트에 제대로 맞았을 때, 선수들은 ‘짜릿한 손맛’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이 손맛은 배트로 공을 칠 때 가장 멀리 날아가도록 하는 부분인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스위트 스팟은 배트 끝에서 손잡이 쪽으로 약 5~10cm들어간 부분으로, 이 곳을 정확히 맞추면 공이 날아오던 에너지 손실 없이 방향만 바꿔 담장 밖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섬세하고 과학적인 스포츠, 야구! 야구공부터 배트까지 과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데요. 야구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알고 야구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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