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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화학 이야기] 반도체를 만드는 물질, 규소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나고, 긴 겨울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볕이 좋은 봄날이면 창가에 앉아 잠시 여유를 즐기고픈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원소인 ‘규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창가에 놓인 안개꽃

유리창은 규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만들어 집니다. 산소와 결합한 규소는 투명한 성질을 갖게 되어 이를 이용해서 유리를 만드는 것인데요. 유리 외에도 생활 속에서 규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에 쏙쏙 들어가 있는 ‘반도체’의 주원료가 규소라는 사실!

이렇게 평소 낯설게 느껴졌던 규소는 사실 우리의 삶 곳곳에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잔으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더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모두 규소 덕분인데요,

오늘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화학물질 중 반도체를 만드는 물질, ‘규소(실리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지각 구성 물질 중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규소’

규소(실리콘, Silicon)의 Silicon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부싯돌을 의미하는 ‘silex’와 탄소의 영문명인 carbon의 ‘on’이 합쳐져 탄생했습니다. 또한 한자식 표현 규소(硅素)는 ‘유리를 만드는 흙의 원소’라는 뜻인데요,

이렇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규소는 부싯돌이나 흙, 그리고 모래에 가장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규소는 지각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로, 지각 무게의 약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모레로 가득한 사막

규소(실리콘, Silicon)는 원자번호 14번의 원소로, 원소 기호는 Si입니다. 탄소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주기율표에서 탄소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요. 하지만 규소는 탄소와 달리 금속과 비금속의 특성을 모두 갖는 준금속으로 반도체적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징을 가진 규소는 어느 곳에 이용되고 있을까요?

■ 반도체는 모래에서 나온다

규소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곳은 역시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진인 ‘도체’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질인 ‘부도체’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평소에는 부도체처럼 전기가 잘 통하지 않지만, 불순물이 섞이거나 빛 혹은 열을 가하면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생기게 됩니다.

준금속인 규소는 이러한 성질에 적합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규소는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해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고, 독성이 없어 환경적으로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반도체의 주원료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랍니다.

기기판의 칩

이처럼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는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로 만들어 집니다.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은 반도체 원료로 쓰이기 위해 정제 과정이 필요한데요, 규소를 뜨거운 열로 녹여 고순도의 실리콘 용액을 만들고 이것으로 실리콘 기둥, 즉 잉곳(ingot)을 만듭니다. 이 잉곳을 다이아몬드 톱을 이용해 균일한 두께로 얇게 절단하면 웨이퍼가 탄생하는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웨이퍼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순수 상태이기 때문에 반도체적 성질을 갖도록 웨이퍼 표면에 여러 물질을 형성시킨 후, 설계 회로 모양대로 깎고 다시 물질을 입혀 깎는 작업을 반복해 반도체 집적회로로 탄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규소는 반도체 탄생에 꼭 필요한 물질인데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첨단기술 연구단지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의 이름도 규소에서 유래됐습니다. 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silicon)’과 연구단지가 위치한 산타클라라 인근 계곡 ‘밸리(valley)’를 합쳐서 탄생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크리스털

반도체 외에도 우리 생활 속에서 규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매우 많습니다. 먼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인 수정(크리스털)이 대표적인데요. 수정은 규산염의 한 형태로 규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불순물이 섞이면 자수정과 같은 아름다운 색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자수정 결정

또한 규소는 철, 구리, 알루미늄 등과 합금을 만드는데 더 많이 사용됩니다. 규소 합금은 우리 주변의 전선, 전화선 및 용접과 자동차 부품에도 사용되는데요. 내부식성이 좋기 때문에 건축물 및 다리, 선박 등 교통기관 제작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silicone’과 ‘silicon’은 같은 의미일까요? 두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화학적으로 엄밀히 구별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silicon은 원자번호 14번 규소를 의미하고, silicone은 규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즉 ‘silicone’이라 불리는 유기 규소 화합물을 만드는 원료 물질로 규소(silicon)가 사용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silicone은 주로 콘텍트렌즈의 재료, 접착제, 성형수술에 사용되는 보형물 등으로 사용되는데요, 여러분이 흔히 알고 있는 실리콘(silicone)이 이것을 칭하는 말이랍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규소의 쓰임새, 알고 보니 놀랍지 않나요?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규소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규소는 우리 생활에 편리함과 즐거움을 더해줄 소중한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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