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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연구진이 새롭게 밝힌 플래시 메모리 저장 원리,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되다

▲ 논문에 참여한 혁신센터 CSE팀과 SAIT 연구진
(좌측부터) SAIT 양승열 Master와 오영택 님, 혁신센터 CSE팀 김대신 상무, 최운이 님, 손원준 파트장, 권의희 DE(Distinguished Engineer)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플래시 메모리가 있기에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기술인데도 불구하고, 그간 원자 수준에서 플래시 메모리의 근본적인 저장 원리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어려웠다. 원자 배열이 규칙성을 띠고 있어 특징을 밝혀내는 것이 쉬운 결정과는 달리, 플래시 메모리가 활용하는 물질은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비정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 혁신센터 CSE(Comput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팀은 기존과 차별화된 접근방식을 통해 플래시 메모리 정보 저장의 핵심 역할을 하는 비정질 실리콘 질화물에서 전자가 안정되게 저장되는 근본 원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집필한 ‘Switchable Chemical-Bond Reorganization for the Stable Charge Trapping in Amorphous Silicon Nitride’ 논문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이번 논문에는 삼성전자 혁신센터 CSE팀 최운이 님이 제 1저자 및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CSE팀 김대신 상무, 권의희 DE, 손원준 파트장 그리고 SAIT 양승열 Master와 오영택 님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독일 아헨공대의 석좌 교수인 R. Dronskowski 교수도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가 재료공학 분야의 세계 정상급 학술지에 게재된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 보았다.

▲  (좌측부터) 혁신센터 CSE팀 최운이 님과 김대신 상무

Q.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플래시 메모리 종류 중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가 최초 개발한 V-NAND(Vertical NAND)라는 기술이 있다. 평면상에 셀을 두고 개수를 늘리는 기존 구조와는 달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저장용량을 극대화시키고, 성능과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우리는 매일 수많은 미디어와 문서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V-NAND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크기가 점차 작아지게 되면서 원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혁신을 이뤄 내기 힘든 단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굉장히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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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이전까지의 선행 연구에서 밝혀내기 어려웠던 저장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연구의 핵심이 된 저장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쉬운 설명을 위해 실리콘 질화물을 이루는 원자들인 실리콘 원자(Si)와 질소 원자(N)가 몇 개의 결합팔을 가져야 안정한 분자가 되는지부터 말해보겠다. 실리콘 원자(Si)는 주변에 4개의 원자와 결합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안정된 상태이고, 질소 원자(N)는 3개의 원자와 결합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안정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물질 내부에서 원자들은 주변의 원자들과의 화학결합을 통해 단단하게 묶인 상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원자들에게 하나의 결합이 추가되었을 때(Si: 5개, N: 4개)도 안정한 상태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실리콘 원자(Si)와 질소 원자(N)는 각각 –와 +전하를 가지게 된다.

원자의 결합팔에 수소 원자(H)를 붙인 경우를 예로 들겠다. SiH4와 NH3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며 안정한 상태다. 더불어, (SiH5)와 (NH4)+ 역시 각각 –와 +전하를 띄면서 안정한 상태다. 그래서 위와 같이 SiH4와 (NH4)+가 인접한 상황에서 –를 띄는 두 개의 전자가 공급된다면, (SiH5)와 NH3로 구조를 바꾸면서 안정화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위에 초록색으로 표시한 수소 원자(H) 하나가 질소 원자(N)와의 결합을 끊고, 다시 실리콘 원자(Si)와의 결합을 생성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현상은 비정질 실리콘 질화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수소 원자(H) 대신에 실리콘 원자(Si)가 질소 원자(N)와의 결합을 깨고, 또 다른 실리콘 원자(Si)와 결합을 이룬다. 결국 새로 전자가 공급되어서 생긴 새로운 전하 상태가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안정화되는 것이다.

▲ (좌측부터) SAIT 오영택 님과 양승열 Master

Q. 연구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으로 비정질 실리콘 질화물 구조에서 전자를 안정적으로 가두면서 화학 결합이 변화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관찰했던 날이 떠오른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복도를 거닐면서 혼자만의 기쁨을 만끽했다.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거듭하면서 전자를 안정되게 가두는 방식이 보다 명확해졌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Advanced Materials이라는 저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델링 결과 외에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실험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러다 문득, 질소 원자가 4개의 결합팔을 가진다면, 외곽에 존재하는 전자들의 분포가 원자핵 가까이 존재하는 전자의 에너지 레벨에 영향을 줘서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고, 모델링으로 알아낸 메커니즘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실험적인 증거를 제시하게 됨으로써, 논문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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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근본 원리가 앞으로의 메모리 산업과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그동안 간과해 왔던 원자수준에서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근거해 시뮬레이션을 업데이트하고 개발과 양산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기존의 데이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간다면, 플래시 메모리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더군다나 플래시 메모리는 IT 문명에서 일종의 종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V-NAND의 혁신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풍부한 디지털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다른 주변 기술들과 점진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인공지능과 같은 핵심기술의 진보를 앞당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좌측부터) 혁신센터 CSE팀 손원준 파트장, 최운이 님, 김대신 상무, 권의희 DE

갈수록 미세화 되어 가는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하고 있는 곳. 삼성전자 혁신센터 CSE팀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시뮬레이션만으로 반도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예측이나 개선 방향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

다양한 문제들을 시뮬레이션 관점에서 풀어내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반도체 모델링의 범위를 넓혀 나가며, 반도체 개발자들을 위해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앞당길 CSE팀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논문 링크: Switchable Chemical-Bond Reorganization for the Stable Charge Trapping in Amorphous Silicon Nit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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