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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의 산실, 삼성전자공과대학의 변화와 도전 35년

매년 2월은 맺음과 시작이 공존하는 ‘졸업식’이 열리는 달이다. 지난 2월 21일, 삼성전자공과대학교(이하 SSIT, SamSung Institute of Technology) 역시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진행됐다. 수여식에는 학사 27명, 석사 43명, 박사 4명 총 74명이 졸업과 함께 새 출발점에 섰다.

이날 학사모를 쓴 이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 업무와 공부를 병행한 학생들인 만큼, 몇 배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 석사 학위를 취득한 MI기술팀(제조&기술담당) 이민형 님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공부를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SSIT 덕분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1989년 설립 이래 SSIT를 거쳐 간 졸업생은 총 1,297명이다. 이 중 전문 학사 졸업생은 55명, 학사 졸업생은 539명, 석사 졸업생은 605명, 박사 졸업생은 98명에 달한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석박사 과정에서 발간한 국내외 논문은 573건으로, 그중 SCI*급은 133건에 이른다.

SSIT는 어떻게 이공계 인재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그 성장의 과정을 함께한 SSIT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이 담아보았다.

교육 혁신을 이뤄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는 무엇보다 ‘좋은 지도자’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습 의욕을 북돋아 주고, 지도의 질을 향상해 나가며 교육 수준의 진보를 이뤄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SSIT 5개년 혁신안’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SSIT의 큰 도약을 이끈 이규필 석좌교수와 동승훈 교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삼성에 입사한지 40년차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작은 돛단배에서 거대한 함선으로 성장 발전해 왔습니다. 이 배를 만들고, 운행하고, 이끌어가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기업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인재 육성’이라는 생각에 SSIT로 오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일하며, 멋진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규필 석좌교수 | 삼성전자공과대학(SSIT)

안녕하세요. 저는 1991년 입사 후 30년 가까이 품질부서에서 통계, Data Science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전개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전 분야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범용기술이라 생각됩니다. 현업에서 다루던 Data 기반 의사결정 기술을 SSIT 학생들에게 전파하여, 본인의 고유기술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데 기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동승훈 교수 | 삼성전자공과대학(SSIT)

① 현장 특화 커리큘럼

외부 대학과 다른 SSIT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커리큘럼’이다. 현재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되는 SSIT는 최소 2~3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교수진 아래,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첨단 반도체 종합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쌓은 소중한 기술력을 온전히 전하는 교수진을 갖추는 일은 수많은 도전을 통해 성취한 결과물이다. 지난 2020년, 이규필 석좌교수와 동승훈 교수 부임 당시 SSIT 내 교수진은 단 세 명에 불과해 대부분의 교과 교수를 외부에서 초빙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SSIT 5개년 혁신안’을 추진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내부에서 전문가들을 모았고, 이들과 함께 전국 어느 학교에도 없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갔다.

삼성전자 반도체 내부에는 참 좋은 인력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노하우가 모두 회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반도체에 청춘을, 인생을 바친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이 가진 실력을 활용해 후배를 육성하면 질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 교수 제도를 다듬었습니다.

이규필 석좌교수

실제 필드에서 경험치가 쌓인 내공 있는 분들을 모셔서, 기존에 있는 커리큘럼을 모두 리뷰하고 동영상 강의도 전부 검토했어요. 교과목의 제목도, 내용도 모두 바꿨습니다. 반도체 이론과 실제 연구/제조되는 데이터, 최신 기술 등 특화시킨 것이죠. 지속적으로 교과목을 하나씩 늘려 나가다 보니 현재 교수진은 31명으로 열 배 가량 늘었고, 학생 수 역시 2020년 40명의 정원에서 현재 120명으로 세 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동승훈 교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해, 학제도 개편했다. 3학년 9학기제로 운영되던 기존 방식에서 8학기제로 과감히 방향을 튼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총 2년 8개월가량 학습 후 현업으로 조기 복귀가 가능하도록 효율성도 높였다.

②반도체 미래 기술 리서치 기능

SSIT는 반도체공학과 단일 학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교원들의 학술적 백그라운드는 웬만한 이과대학과 공과대학의 전공 분야를 모아놓은 형태입니다. 거기에 설계부터 인프라까지, DS 부문 거의 모든 분야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부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갖췄는데요. 이러한 고급 리소스 그룹을 활용해 융복합적인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승훈 교수는 현재 황유상 부총장을 주축으로 진행하고 있는 SSIT 혁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사업부 간 시너지가 필요하거나 SSIT 전임교원이 추진하면 좋을 미래기술 과제를 발굴해 Teaching 중심 기조를 유지하면서 Research 기능까지 담당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SSIT 교수진들을 활용하여, 기술 이슈 없이 현업을 서포트하는 조직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③직장인 특화 교양강좌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이규필 석좌교수는 이 질문에 “행복하기 위해서 다닙니다”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한 교양강좌에 힘을 쏟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지 못하면, 몸과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규필 석좌교수는 자기개발부터 심리학,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물론 그룹장, 파트장 대상 코칭도 겸하고 있다. 종강 후에는 리더십 코칭에 전념하고 있다는 그는 “대부분 리더로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진심 어린 피드백을 건네고 있다”며, “때로는 갈등이 잘 해소됐다는 연락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보람찬 순간들이 있기에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④학생이자 후배이기에 가능한 끈끈한 유대감

‘반도체’라는 산업 안에 함께 몸담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는 SSIT 교수진과 학생들은 사제관계를 넘어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진들은 학생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담아 가진 것들을 나누고 있다. 학생들 역시 교수진에게 학업 상담뿐만 아니라 인생 상담도 스스럼없이 요청할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는 중이다.

이규필 석좌교수는 SSIT에 입학하는 학부생들에게 꿈을 물어보곤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특별한 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졸업 때쯤 다시 같은 질문을 하면, 완전히 달라진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세상에 대한 눈을 뜬 것 같이 승진에 대한 목표가 달라지고, 인생의 꿈이 달라지고, 그리고 열정이 달라짐이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바뀌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논문 작성’도 끈끈한 유대감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SSIT 교원당 2~3명의 학부생들을 배정, 밀접한 코칭을 이어가는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서다. 결과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전국 대학생들이 응모하는 ‘학부생 논문경진대회’에도 매년 참여했다. 그 결과 2021년 장려상, 2022년 우수상, 2023년에는 드디어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동승훈 교수는 ‘졸업논문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졸업하는 학생들이 학부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로 꼽는다”고 입을 뗀 그는 “졸업 후에도 지도교수와 연락하며 사제간의 인연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어,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으로서 매우 보람된 일이다”라며 앞으로 해외 학회에도 제출할 수 있도록 지속 발전시킬 계획도 덧붙였다.

SSIT는 매년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2023년부터는 선발 인원도 대폭 확대하고 있는데요.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과 탐구의 정신으로 부딪치고 도전한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더욱 성장하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승훈 교수

저 또한 수많은 실패를 겪어 왔습니다. 인생이 순탄한 길만 가는 게 최고 같지만, 내가 더 성장하고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험한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좋은 리더들이 솔선수범해 이끌고 있는 우리 조직은 어떠한 어려움도 모두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규필 석좌교수

SSIT는 반도체 역사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는 터전을 넘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성찰을 제공하는 곳으로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SSIT의 계속되는 혁신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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