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됨에 따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그래픽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이 있습니다.
게임, 가상현실 분야에서 계속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고대역폭 그래픽 메모리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마치 쌍둥이처럼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 연결하는 것을 말하는데, 생산 시뮬레이션, 기후 예측, 디자인,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기에,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대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한편, 고사양 게임들의 대거 등장도 고성능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게임을 구동할 때, 보다 생동감과 몰입감 있는 3D 렌더링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레이 트레이싱은 특정 장면의 주변에서 반사되는 빛의 경로를 추적해 색의 정보를 수집하여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각 픽셀의 색을 결정합니다. 이러한 레이 트레이싱을 위한 실시간 연산은 1초당 최대 60~140장의 장면을 그려내야 하는 게임에서 매우 빠르게 많은 양의 데이터 연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모리의 높은 대역폭(bandwidth)을 요구하게 됩니다. 또한, 보다 선명한 이미지 표현을 위해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빠른 속도로 4K에서 8K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프레임 버퍼 역시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프레임 버퍼(Frame buffer): 화면에 나타날 영상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기억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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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패키징 기술 FOWLP를 기반으로 성능과 용량을 2배 높인 그래픽 메모리 GDDR6W를 개발하다
이와 같이 조금 더 현실과 가까운 가상 세계를 구현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고성능, 대용량, 고대역폭을 모두 갖춘 메모리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차세대 그래픽 D램 기술인 GDDR6W(x64)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GDDR6W는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GDDR6(x32)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여기에 차세대 패키지 기술인 Fan-Out Wafer level Package(FOWLP) 기술을 접목해 대역폭과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업계 최고 속도의 그래픽 D램인 24Gbps GDDR6를 시장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GDDR6W는 GDDR6와 동일한 크기의 패키지로 성능(대역폭) 2배와 용량 2배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새로운 메모리 칩 다이(die)의 개발 없이 적층, 조립 기술인 FOWLP 기술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동일한 크기의 패키지 안에 메모리 칩을 2배 많이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GPU의 변경없이 그래픽 D램 용량을 16Gb에서 32Gb 대역폭을 IO 개수 x32에서 x64로 2배 높인 그래픽 카드와 노트북 등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메모리 점유 면적을 기존 대비 50% 감소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칩을 적층할 때는 패키지의 사이즈가 증가하는데, 패키지 높이를 줄이는 데에는 물리적 제약이 있습니다. 또한 칩을 적층하면 용량은 늘어나지만 방열과 성능에 있어 tradeoff가 생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GDDR6W에 FOWLP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FOWLP는 메모리 칩 다이를 PCB가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실장하는 기술로, RDL(Re-distribution Layer, 재배선) 기술을 적용하여 배선의 패턴을 미세화 할 수 있어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PCB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패키지의 두께도 얇아지며 방열 기능도 향상됩니다.
이렇게 FOWLP 기술을 활용한 GDDR6W 패키지는 높이가 0.7mm로, 기존 GDDR6 패키지의 1.1mm 대비 약 36%나 두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칩을 더 적층했음에도 기존 GDDR6 대비 열 특성과 성능을 동일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일 패키지당 I/O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GDDR6 대비 대역폭을 2배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패키징은 전공정을 끝낸 웨이퍼를 반도체 모양으로 자르거나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말하며 업계에서는 후공정이라고도 부릅니다. 반도체 업계는 전공정 단계에서 회로를 최대한 미세화하는 방향으로 지속 발전해왔으나, 점차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서로 다른 칩을 웨이퍼 상태로 적층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인 3D IC package 기술을 GDDR6W에 적용하였으며, 향후 이와 같은 advanced packaging 기술을 지속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 삼성전자 패키징(Packaging) 기술 설명 바로가기 : https://bit.ly/3cED9q5
금번 개발된 GDDR6W 기술은 시스템 레벨에서 HBM 수준의 대역폭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HBM2E는 시스템 레벨 I/O 4K개, 핀당 전송 속도 3.2Gpbs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시스템 레벨 대역폭이 1.6TB/s인데, 이번에 개발된 GDDR6W는 시스템 레벨 I/O 512개, 핀당 전송속도 22Gpbs를 기준으로 1.4TB/s의 대역폭을 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GDDR6W는 HBM2E를 사용하는 것 대비 I/O 개수가 약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HBM 구현에 필수적인 마이크로 범프(bump)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HBM 패키지와 달리 인터포저(Interposer) 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을 제공합니다.
*System Level: 그래픽 카드를 예로 들 수 있으며, GDDR6W는 패키지 8개, HBM은 4개 탑재한 경우를 기준으로 했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 박철민 상무는 “GDDR6W는 기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GDDR6에 Advanced Package 기술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동일 크기의 패키지에서 2배의 메모리 용량과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GDDR6W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하는 차별화된 메모리 제품을 지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을 계속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GDDR6W 제품에 대해 표준화 진행중으로 사업화 기반 확보하였으며, 향후 GPU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HPC 어플리케이션에 활용되는 신규 고성능 가속기는 물론 notebook 등의 small form factor 기기로도 GDDR6W의 응용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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