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경제 용어, ‘그린’이 더해져 더 어렵다고요?
오늘 ESG.zip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경제 용어들을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1. ‘그린 본드’의 의미를 들여다본 후,
2. ‘그린 택소노미’와 관련된 최근 이슈를 살펴볼게요.
3. ‘그린 스완’이 위험한 이유와 해결 방안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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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 오직 친환경 사업에만 투자하라! 그린 본드
정부나 회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빌릴 때, 얼마를 빌렸고 언제까지 어떻게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증명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를 발행합니다. 이를 채권이라고 하는데요. ‘그린 본드(Green Bond)’란, 자금을 사용하는 목적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고효율 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프로젝트(녹색 사업) 투자로 한정된 채권을 뜻합니다. 우리 말로는 ‘녹색 채권’이라 부르기도 하죠.
그린 본드는 2000년대부터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처음 발행되었는데,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에는 민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발행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우리나라는 2013년에 처음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에서 그린 본드를 발행했고, 2018년에는 산업은행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린 본드를 발행했습니다.
그린 본드의 상환 방식은 일반 채권과 다를 바 없지만, 그린 본드발행을 위해서는 국제공인기관의 녹색 인증을 받는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해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유럽연합(EU) 등의 국제공인기관에서는 그린 본드로 조달한 자금이 어떤 유형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사용되는지,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사용 결과와 효과 등을 어떤 방식으로 외부에 공개하는지 검토해요. 발행 후에도 매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는데, 이는 친환경 금융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혹시 모를 위장환경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침이랍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됨에 따라 그린 본드 발행 규모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린 본드 전 세계 ESG 투자시장을 선도하는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NNIP)는 지난 6월 2022년 그린 본드 신규 발행량이 6,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밝혔는데요. NNIP는 최근 발간한 <그린 본드 영향보고서(Green Bond Impact Report)>에서 ‘그린 본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의 지속가능성 투자 열망을 키우며, 경영 참여 증진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했어요. 한편, 그린 본드와 관련해, 프로젝트 선정이나 발행 기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를 두고 일부 비판도 존재하는데요. 진정성 있는 그린 본드 발행과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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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 그 범위를 딱 정해줄게, 그린 택소노미
친환경 사업을 구분할 때 ‘지속가능성’ 여부를 논하곤 하지만, 이 개념은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2020년 6월, 유럽연합(EU)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를 명확하게 정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입니다. 택소노미는 분류 체계, 분류학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그린 택소노미는 한 마디로 특정 산업이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판별하는 ‘녹색 산업 분류체계’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뉴스를 보면 그린 택소노미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지난 7월에는 유럽의회 투표 결과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방안이 최종 승인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은 각국의 입장에 따라 원전과 천연가스의 그린 택소노미 포함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왔는데요. 독일과 스페인은 핵폐기물 처리, 원전 사고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고,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이 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왔어요.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이유는 국제 유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 유럽의 에너지 믹스(에너지 공급 구성)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돼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K-택소노미는?”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 분류체계)는 천연가스는 포함하고 원자력발전은 배제해왔어요.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원전을 포함하자 우리나라 정부도 국제 흐름에 따라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할 구상을 하고 있는데요. 폐기물 처리 문제와 노후 원전의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방사선의 방출 강도가 높은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 수준과 처리 시설 마련 계획 등을 감안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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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3.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위기, 기회로 전환할 방법은? 그린 스완
‘그린 스완(Green Swan)’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융 위기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린 스완은 ‘불확실한 위험’이라는 뜻의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유래했는데요. 블랙스완은 미국의 투자 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저서 ‘The Black Swan’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할 때 사용한 용어로 이후 경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요. 둘 다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 속성은 조금 달라요.
차이점은 ‘충격과 회복 불가능’인데요. 그린 스완은 이제껏 겪었던 금융 위기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이미 현실로 다가온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에 따른 위험이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거나 벗어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린 스완, 이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
그린 스완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금융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 금융(Climate finance)’이 주목받고 있어요. 기후 금융이란 저탄소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에 투자를 유도하는 ‘탈탄소화 자금 흐름’을 의미해요.
기후 위기가 불러온 폭풍우와 홍수, 대형 산불 같은 자연재해는 금융 시장과 부동산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후 금융은 이렇게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줄일 뿐만 아니라, 팬데믹 등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 예로,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미트’, 미생물로 비료를 개발한 ‘인디고 애그리컬처’ 등은 기후 테크(Climate-tech)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속가능성과 수익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어요.
그린 스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에 다가설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어요.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탄소세를 도입했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상 그린 본드, 그린 택소노미, 그린 스완의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이슈들이 경제와 금융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ESG와 관련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비롯해 유용한 ESG 정보를 모아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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