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세포 하나가 곧 개체인 미생물에게 자연 환경은, 다세포 생물을 이루는 개별 세포가 경험하는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 예를 들어, 인간을 비롯한 항온동물의 세포는 일정한 온도와 산도(pH), 그리고 안정적인 양분 공급이 유지되는 체내 환경 속에서 마치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받으며 살아간다.
반면, 자연 속 미생물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화하는 기온, 불규칙한 햇빛과 수분, 예측할 수 없는 영양분 공급 속에서 치열한 생존을 이어간다. 이들은 외부 자극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스스로 먹이를 탐색하며, 유해 물질을 회피하는 등 치밀하고 능동적인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거친 서식 환경이 미생물을 단련시켜 온 셈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미생물이 지닌 정밀하고 민감한 감지 능력은 오랜 시간에 걸친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이는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생물이 스스로 진화시켜 온 정교한 생존 전략이다. 한때 하찮고 불쾌한 존재로 여겨졌던 미생물이 이제는 오염을 감지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첨단 센서로 주목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미생물 바이오센서’란 세균과 같은 살아 있는 미생물 세포가 특정 화학 물질이나 생체 신호를 감지한 뒤, 형광, 색 변화, 전류와 같은 측정 가능한 신호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이 기술은 환경, 의료, 식품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생명을 움직이는 전자, 전기를 만드는 세균
선뜻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전기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호흡 자체가 전자의 흐름, 즉 일종의 전류이기 때문이다. ‘호흡’이란 날숨의 ‘호(呼)’와 들숨의 ‘흡(吸)’이 합쳐진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산소가 풍부한 외부 공기를 들이마셔 기도를 거쳐 폐로 보내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체내 공기를 배출하는 과정, 즉 기체 교환을 의미한다. 허파꽈리(폐포)에서 기체 교환을 마친 혈액은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산소를 공급한다. 그런데 세포에 도달한 산소의 궁극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영양소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세포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에너지 획득 과정이 바로 ‘세포호흡’이다. 세포는 소화된 영양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이 세포호흡은 사실상 연소와 같은 화학반응이다. 인공호흡이나 모닥불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산소는 꺼져가는 생명이나 불씨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우리 몸 역시 각 세포에서 영양분을 태우고 있으며, 체온이 그 증거다.
연소와 세포호흡은 본질적으로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산화 반응이며, 이때 최종적으로 생성되는 산물은 ‘물(H2O)’이다. 참고로, 수소를 얻는 반응은 ‘환원’이라고 한다. 겨울철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흰 연기나 우리의 입김 역시 이 산화 반응으로 생성된 수증기다. 다만, 연소는 에너지를 빠르고 폭발적으로, 세포호흡은 여러 단계에 걸쳐 천천히 방출한다는 점이 다르다.
포도당(C6H12O6)처럼 수소가 풍부한, 즉 환원된 물질은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세포는 이를 서서히 산화시켜 전자와 수소이온(H+)을 분리해낸다. 이 전자와 양성자는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고, 그 과정에서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생성된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는 결국, 수많은 생화학 반응을 거쳐 나온 전자들의 최종 목적지이자 휴식처가 된다. 이를 두고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는 “생명이란 쉴 곳을 찾는 전자”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자연에서는 전자를 마지막에 받아주는 역할을 꼭 산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세균은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으며, 일부는 주변의 금속 물질을 전자 수용체로 활용하는 독특한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 더 놀라운 것은, 어떤 세균은 세포 밖에 있는 전자 수용체에도 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세포 표면의 특수 단백질이나 가느다란 실 같은 구조를 이용해, 전자를 세포 밖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세포 외부로 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세포외 전자 전달(Extracellular Electron Transfer, EET)’이라고 부른다.
이 원리를 활용하면, 세균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전류를 생성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 능력은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나 바이오센서 같은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에 응용되고 있다. 미생물 연료전지는 미생물의 호흡 과정을 이용해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쉽게 말해, 연료전지 안에 특정 미생물을 넣고, 수소 같은 연료 대신 유기물을 먹이로 주면, 미생물은 세포호흡 과정에서 전자를 배출하고, 이 전자가 전극을 따라 흐르며 전류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세균이 전하는 수질 신호
2025년, 노르웨이 연구진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iological Oxygen Demand, 이하 BOD)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미생물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핵심 역할을 한 것은 헝가리 다뉴브 강 퇴적토에서 분리된 ‘슈와넬라 발티카 20(Shewanella baltica 20)’라는 세균이다. 이 세균은 세포 밖으로 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전극 표면에 안정적으로 부착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 세균을 미생물 연료전지의 한쪽 전극에 접종한 뒤 실험을 진행했다.
이 미생물 연료전지의 전극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0mm이며, 두 전극은 5mm 간격으로 배치되었다. 연구진은 이 장치에 세균을 접종한 뒤, 포도당을 일정 농도로 공급하며 전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포도당 농도가 약 50~300mg/L 사이일 때 생성되는 전류의 세기가 농도에 비례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이 범위 내에서는 전류 측정만으로도 BOD 값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외부 저항을 조절함으로써 센서의 감지 범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항을 낮출수록 더 높은 농도까지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현미경의 초점을 조절하듯 센서의 민감도를 조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슈와넬라 발티카 20이 폐수의 BOD를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체 속으로 들어간 유익균, 암을 찾아내다
2015년, MIT와 UC 샌디에이고 공동 연구진은 특별한 대장균, ‘EcN(E. coli Nissle 1917)’에 아주 특별한 임무를 맡겼다. 사람에게 안전한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으로 알려진 이 대장균을, 간에 전이된 암을 찾아내고 그 사실을 소변으로 알려주는 미생물 바이오센서로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이 EcN을 실험용 쥐에게 경구 투여했다. 그러나 균은 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혈류를 따라 간으로 이동했다. 놀랍게도 건강한 간이나 다른 장기에는 거의 도달하지 않았고, 간에 전이된 암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정착했다. 이는 암 조직이 정상 조직에 비해 면역 감시가 느슨하고, 죽은 세포 및 염증 반응이 많아 세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EcN이 종양 주변의 낮은 산소 농도, 염증 유발 물질, 산성 환경 등 정상 조직과 구별되는 조건에만 반응하도록 유전자 회로를 설계했다. 이 회로는 일종의 생물학적 스위치처럼 작동하며, 해당 조건이 감지되었을 때만 특정 신호 단백질 유전자가 켜지도록 되어 있다. 이 단백질은 별도로 주입한 물질을 분해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형태로 전환한다. 그 결과 생성된 물질은 소변 한 방울만으로도 감지될 정도로 민감하며, 실제로 연구진은 EcN을 섭취한 실험쥐가 단 하루 만에 암 유무를 신호로 알려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EcN을 투여한 실험쥐를 1년 이상 장기 관찰한 끝에, 건강에 해로운 부작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전자 회로를 탑재한 EcN 역시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유익균을 이용해 체내 병든 조직 환경에 선택적으로 도달하고, 그 안에서 미생물 바이오센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이 연구는 여러 갈래의 후속 성과로 이어지며 더욱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제 적용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미국과 호주의 공동 연구진은 EcN을 이용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먼저 암 발생을 유도한 실험쥐와 암 조직을 이식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EcN이 실제로 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머무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균에 약한 빛을 내는 유전자 회로를 삽입해 몸 속 위치를 추적했다. 그 결과, EcN은 건강한 장에는 머무르지 않고, 암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연구진은 대장암 환자들에게 2주 동안 EcN을 복용하게 한 뒤, 수술을 통해 암 부위와 정상 부위를 함께 떼어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EcN은 대부분 암 조직에만 존재했고,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곧, EcN이 인간의 체내에서도 암 부위를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EcN이 단순히 암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EcN이 암 조직에 도착하면 자가 파괴되며, 면역세포의 작용을 돕는 물질을 방출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유전자 회로를 탑재한 것이다. 이렇게 설계된 EcN을 다시 실험쥐에게 투여한 결과, 암의 크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면역세포들이 암 부위에 보다 밀집해 모여드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즉, EcN이 단순한 바이오센서를 넘어 실제 암의 치료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특히,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전자를 사전 제거하고, 유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생물안전성 확보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기준을 충족하는 절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익균 기반의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은 실용화에 성큼 다가서고 있으며, 전 세계 연구기관과 병원에서는 이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균과 반도체의 만남, 생명 기술의 지평을 넓히다
바야흐로 미생물은 미래 바이오기술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생물이 지닌 섬세한 반응성과 놀라운 적응 능력을 첨단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환경을 더욱 정밀하게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미생물 바이오센서 기술이 반도체 기술과 손을 맞잡을 때, 그 시너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미생물이 자연 환경이나 인체 내부에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면, 반도체는 그 신호를 정밀하게 포착하고 분석해 실시간 대응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물학적 ‘감각’과 전자기적 ‘두뇌’가 하나로 이어지는 셈이다. 예컨대, 특정 오염물질이나 중금속, 방사성 물질, 독성 화학물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생물을 활용하면, 기존 분석 장비로는 실시간 측정이 어려운 미세 오염까지 빠르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이 기술은 강력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생물이 질병의 분자적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전자 신호로 전환해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화장실, 휴대용 분석 장치 등과 연동한다면, 질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는 훨씬 더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다. 나아가, 진단을 넘어 치료로까지 확장된 미생물 바이오센서는 병든 조직에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살아있는 약물’로서의 잠재력도 함께 갖추고 있다.
이처럼 생명과 반도체, 감각과 연산이 융합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생물은 더 이상 현미경 속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반응하고 판단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살아있는 센서’로 우리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차세대 생물학적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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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견해로, 삼성전자 DS부문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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