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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CHIP 시즌2]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출발한 엑소슈트 이야기

Behind the CHIP  – Season 2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의 인기 시리즈 ‘Behind the CHIP’이 두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총 10회에 걸쳐 공개되는 ‘Behind the CHIP’ 시즌 2에서는 5명의 IT/테크/지식 전문가들이 칼럼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와 기술 트렌드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생물학, 화학, AI, 영화 등 더욱 다채로운 분야의 전문가들이 IT 산업 전반의 변화와 함께 첨단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5명의 전문가들이 남다른 통찰력으로 소개하는 흥미로운 기술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자.

2014년에 개봉한 SF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인류와 외계 종족 ‘미믹’ 간의 최후의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주인공, ‘윌리엄 케이지’는 전투 도중 사망할 때마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되돌아가는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죽음, 환생, 전쟁… 또다시 죽음’이라는 잔혹한 무한 루프를 반복하며,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하우를 습득하게 된다. 마치 단 하나의 목숨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는 비디오 게임처럼 말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과 ‘타임루프’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SF 장르의 매력을 다시금 부각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에는 SF 마니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첨단 기술이 등장하는데, 바로 병사의 전투 능력과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장비,‘엑소슈트(Exosuit)’다.

이번 기사에서는 단순히 상상력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 속 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엑소슈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위 영상에서도 엿볼 수 있는 엑소수트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또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으로도 불린다.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이 장치는 사람의 몸에 착용하는 외골격형 보조장치로, 인간의 신체 기능을 보완하거나 증강하는 역할을 한다. 착용자의 움직임에 동력을 더해 근력을 보조하거나, 특정 부위의 부담을 줄여주는가 하면, 마비된 신체 부위를 대신 움직이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병사들의 전투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엑소슈트를 대량 생산하고 보급하는 설정이 등장한다. 윌리엄 케이지를 비롯한 병사들은 엑소슈트를 착용한 채 외계 종족과의 전쟁에 투입되는데, 그 성능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달리기, 점프, 대시는 물론, 자동차를 종이 박스 밀듯 가볍게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해준다. 훈련된 병사라면 주먹과 검술을 활용한 외계 종족과의 근접 전투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 장비는 무거운 무기와 장비를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형 화기부터 대형 기관총, 로켓과 유탄 발사기까지 장착 가능한 무기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 개개인 맞춤형 화력 강화도 가능하다.

이 영화를 본 SF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나도 저 수트, 꼭 한 벌 갖고 싶다!’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톰 크루즈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외계 종족과 싸울 일도 없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하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우리도 나름의 ‘무한 루프’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왕 반복되는 인생, 엑소슈트 하나쯤 장착하고 아침 출근길을 정복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첫걸음은 우선 슈트를 알아보는 일이다. 지금부터 엑소슈트(a.k.a.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펴보자.

사실 웨어러블 로봇은 이미 출시되었고, 현재도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등장한 엑소슈트 디자인 또한 실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기술과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은 사용 목적에 따라 군사용, 산업용, 의료용으로 크게 구분되며, 각자의 기술적 요구와 사용 환경에 맞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부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별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알아보자.

군사용: “아이언맨은 못 돼도 군장 무게는 줄이자”

영화 속 엑소슈트가 가장 닮고 싶은 현실 기술은 단연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장비다.

대표적인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기술로는 미 항공 우주·방산 기업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개발한 ‘오닉스 엑소스켈레톤(ONYX Exoskeleton)’을 들 수 있다. 이 장비는 전동식 하체 외골격 장치로, 사용자의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켜 부상과 피로를 줄이고, 군인들이 고강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가 약 18kg(40파운드)의 배낭을 착용하고 경사면을 오를 때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예로는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개발 중인 ‘워리어 웹(Warrior Web)’ 프로젝트가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군인들의 무릎, 허리 등의 관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경량형 언더슈트 개발을 목표로 하며,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동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현재의 군사용 엑소슈트 기술은 영화처럼 멋지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미래 전장의 모습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작이 반이라는 사실이다.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효율도, 안전도 UP!”

산업 현장에는 물류 작업, 조립 라인, 차량 및 항공 정비 등 사람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강도 작업이 많다. 만약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자의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줄이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떨까? 기업들은 직원들의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앞다퉈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눈치챈 전 세계 스타트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용 웨어러블 슈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의 웨어러블 로봇 기업, 저먼 바이오닉(German Bionic)은 산업용 웨어러블 슈트 시장에 뛰어든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이 제작한 엑소슈트 ‘아포지(Apogee)’는 최대 36kg의 하중을 보조할 수 있고, 사용자의 허리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아포지(Apogee)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부상 위험이 높은 동작이나 비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파악한다.

한편, 현대자동차·기아는 보다 미니멀하고 가벼운 접근을 시도했다. 이들이 개발한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는 무전원 기반의 초경량 어깨용 보조 장비로,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시 어깨 부담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현장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엑스블 숄더를 착용 시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최대 6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글로벌 엑소슈트 시장 규모는 2025년 43.4억 달러에서 2032년 129.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계 종족과 싸울 일은 없더라도, 허리를 지키는 데는 진심인 지구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의료용: “기술력으로 증명한 한국형 엑소슈트”

2024년 사이배슬론 국제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모든 미션을 통과한
김승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이 환호하고 있다. (이미지: KAIST 제공)

2024년, 스위스에서 ‘사이배슬론(Cybathlon)’ 국제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로봇 기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국제 경기로,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워크온슈트F1(WalkON Suit F1)’이 웨어러블 로봇 부문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에 출전한 KAIST 연구팀은 제한 시간 내에 다양한 난이도의 미션을 수행했다. 좁은 기차 좌석 미션부터 짐 옮기기, 자유 보행,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까지. 모든 미션을 로봇의 힘을 빌려 단 6분 41초 만에 완수했다. 정말 경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성과는 12개의 전동 관절, 인공지능 신경망 구현을 위한 AI 보드, 그리고 초당 1,000회의 로봇 균형을 측정하는 지면 반력 센서 기술이 결합된 결과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사용자가 로봇을 스스로 호출하여 휠체어에서 도킹할 수 있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이쯤 되면 웨어러블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곧 실현될 미래 기술 분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매일 아침 지하철을 뚫고 출근할 때 입을 ‘톰 크루즈용 엑소슈트’는 아직 없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벌써 현실이 되었고, 군사 분야에서는 실용화에 다가서고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는 기적의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며, 그 중심에 한국의 기술력이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현재는 일상 속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기술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출근길 필수템이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웨어러블 로봇 룩’이 대중화되어 패션 잡지 화보에 등장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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