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성반도체이야기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칼럼] 9탄. 방사선

[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칼럼] 9탄. 방사선

삼성전자 건강연구소 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알려 드리는 ‘생활 속 올바른 환경안전 상식’. 그 아홉 번째 시간으로 질병의 진단 등 현대 문명에 꼭 필요한 ‘방사선의 특징과 유해성, 생활 속 이용’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인류 최초의 X-선 사진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도 더 지난 1895년 12월 22일,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은 실험실에서 자신이 발견한 광선을 이용해 아내의 손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X-선 사진으로 기록됩니다.

▲ <인류 최초의 X-선 사진, Wilhelm Conrad Roentgen>, 1895.12.22.
▲ <인류 최초의 X-선 사진, Wilhelm Conrad Roentgen>, 1895.12.22.

뢴트겐의 X-선 발견은 물리학뿐 아니라 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의 몸 속이 궁금하면, X-선을 발견하기 전에는 피부를 절개한 후 육안으로 그것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X-선의 발견으로 칼을 대지 않고도 사람의 몸 속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의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과거, 두개골을 열어야만 볼 수 있었던 사람의 뇌를 1971년, 처음으로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큰 발전의 계기가 되어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또 하나의 위대한 발견, 라듐

또한 이 당시에는 X-선뿐 아니라, 우라늄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같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폭 넓게 진행되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방사선이 암의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퀴리 부인(마리 퀴리)도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우라늄과 토륨을 분리 정제하는데 사용한 광석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퀴리 부인은 광석에서 방사성 물질을 분리해내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확인한 물질이 ‘라듐’이었는데 퀴리 부인은 이를 순수 화합물의 형태로 분리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퀴리 부인은 열악한 연구 환경에도 약 8톤의 우라늄 폐광석에서 수천번의 분리와 정제 과정을 거쳐 4년만에 0.1g의 라듐(염화라듐)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라듐

의학적으로 라듐은 발견 초기부터 암 치료에 사용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암 방사선 치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라듐 발견은 현대 물리학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09년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가 라듐에서 나오는 알파선을 활용해 현대의 원자 모델을 제시하고,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어 현대의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 분야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화학 분야에서 라듐의 발견은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는 새로운 화학 분야를 열었고, 여러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퀴리 부인은 라듐의 발견으로 1903년에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1911년에는 라듐의 화학 물질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퀴리 부인은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과학의 두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수상자입니다.

■ 방사선의 유해성

라듐을 발견한 초기에는 라듐이 암 치료에 사용되면서 건강에 좋은 원소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식품에 라듐을 첨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인식은 야광 페인트칠을 하던 여공 100여명이 사망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라듐을 인광체와 섞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야광 페인트가 만들어집니다. 여공들이 이것을 시계나 각종 기기의 계기판에 바르는 작업을 하면서 붓을 입술로 가다듬곤 하였는데, 이 때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집단 사망의 원인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방사선의 유해성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라듐을 처음 발견했던 퀴리 부인도 연구 중에 노출된 방사선에 의해 재생 불량성 빈혈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방사선의 유해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을 통해 방사선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도 방사능이 있는 물질들을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였습니다. 방사선이 폐암, 간암, 골암, 갑상선암, 백혈병을 발병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 방사선의 이용

방사선은 그 유해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특성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폭 넓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방사선은 X-선, CT(컴퓨터 단층촬영)를 비롯해 양전자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과 같은 의료용 진단 장비에 이용됩니다. 암 치료에 있어서도 방사선 치료는 수술, 항암제 치료와 함께 중요한 암 치료 방법 중 하나입니다. 또한 방사선은 의료용 기구의 소독에도 이용됩니다.

농업 분야에서 방사선은 돌연변이를 발생시켜 농작물의 품종 개발에 이용됩니다. 또한 식품의 멸균에도 이용됩니다. 공업 분야에서는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활용해 금속 구조물의 결함을 검사하는 비파괴 검사, 물질의 두께 측정, 보안 검색기, 항공 화물 검사 등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 과학 분야에서는 생물학적 대사 과정의 규명, 신소재 연구, 물질 구조 해석, 재료 물성 등에 방사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방사선은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 방사선의 노출

퀴리 부인이 분리해낸 라듐은 우라늄의 자연(스스로) 방사성 붕괴로 자연에서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그리고 라듐도 자연에서 끊임없이 분해되고 방사성 붕괴가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생성되는 무거운 방사성 비활성 기체가 있습니다. 이 비활성 기체를 라돈이라고 하는데 이 원소는 지각 중의 토양, 모래 및 이들을 재료로 하는 건축 자재 등에 함유되어 있고, 마시는 물과 심지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상에 살아가는 한 인류는 라돈에서 방출하고 있는 방사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상적인 생활에서 인류에게 노출되는 방사선의 약 1/2은 라돈에 의한 것이며, 약 1/3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방사선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약 1/6이 우주와 담배, 그리고 기타 다른 물질들로 인한 것입니다. 이 중에서 담배를 제외하면 방사선 노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방사선 마크

■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한 걸음

역사적으로 방사선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암이 발병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이 인류에게 준 혜택 또한 매우 값집니다. 대표적인 것은 앞서 얘기한 의학의 발달로 인해 기대 수명이 45세에서 80세로 증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농산물의 품종 개량과 식품의 장기 보관이 가능해져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시대에서 소아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로 변할 만큼, 식량이 증가한 것에도 방사선이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으로 정교한 계측이 가능해져 과거에는 왕조차도 꿈꾸지 못했던 수준 높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들을 인류가 향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방사선 노출을 줄여 이로 인한 질병의 발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사선의 활용성을 높여 인류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하여 인류는 발전을 위한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공식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