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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칼럼] 13탄. 난치병의 시대적 변화

삼성전자 건강연구소 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삼성전자 건강연구소 홍기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알려 드리는 생활 속 올바른 환경안전 상식. 그 열세 번째 시간으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난치병에 대해 소개합니다.

■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이 겪었던 난치병

난치병으로 인해 주인공이 겪는 아픔과 이별 이야기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드라마와 영화,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왔습니다. 그 한 예로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연인들이 난치병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난치병의 모습도 의학의 발전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낙엽이 매달려있는 풍경

먼저 소설가 오 헨리(필명 O. Henry, William Sydney Porter)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의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존시’는 화가 지망생으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난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게 된 존시는 창 밖 담쟁이 덩굴의 잎새가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옆에서 병상을 지키던 친구 ‘슈’는 그녀가 병마를 이겨내기를 바라지만 존시는 좀처럼 삶의 의욕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아랫집의 화가 베어만은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벽돌 벽에 담쟁이 덩굴 잎새를 하나 그렸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그 잎새를 보며 존시는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난치병을 이겨냅니다. 하지만 마지막 잎새를 그린 화가 베어만이 난치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1907년에 출판된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여주인공이 걸린 난치병은 바로 ‘폐렴’ 이었습니다.

■ 영화 ‘러브 스토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영화 ‘러브 스토리’를 보지 않았더라도 주인공이 남긴 이 한 줄의 명대사와 새하얀 눈 위를 걸을 때면 흥얼거리게 되는 영화의 OST(Snow Frolic, 작곡:Francis Lai)는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느껴질 만큼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순수한 이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장갑끼고 눈을 하트로 퍼올린 모습

러브스토리는 명문 부호의 아들 ‘올리버’와 가난한 빵집 딸 ‘제니’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둘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의 사회적 신분 차이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사랑을 반대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이들은 결혼을 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연인 제니가 난치병에 걸려 안타깝게도 25살의 짧은 생애를 마감합니다. 1970년에 상영된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제니가 얻은 난치병은 ‘백혈병’이었습니다.

■ 시대에 따른 소설이나 영화 속 난치병의 변화

만약 오늘날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폐렴으로 죽는다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에는 폐렴이 난치병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암’ 이나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면 우리는 작가를 원망하면서도 이야기 속에 몰입하고,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1907년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폐렴과 인플루엔자였으며, 2위는 결핵이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심장 질환, 2위는 암이 차지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에는 한 조사에 의하면 1936년 국내 결핵 환자 수가 약 45만명에 이르렀고, 한 논문에 의하면 결핵은 1950년대까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또한 결핵은 1983년에는 사망 순위 6위를 차지했고, 이 때 사망자 수는 7,106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국립암센터 통계자료에 의하면 사망 원인 1위가 암, 2위는 심장 질환, 3위는 뇌혈관 질환이 차지하고있습니다.

■ 오늘날의 난치병, 심장질환과 암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보면 1900년 미국인의 사망 원인 순위 4위를 차지했던 심장질환은 1921년 사망 원인 순위 1위가 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1위에서 물러난 적이 없습니다. 또한 1900년 사망 원인 순위 8위를 차지했던 암은 1938년 사망 원인 순위 2위가 된 이후 오늘날까지 2위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지난 약 100년 동안 심장질환과 암은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동안 인류의 노력으로 해당 질병의 생존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국가암등록통계의 암 생존율을 살펴보면 유방암 91.3%, 대장암 74.8%, 위암 71.5%로, 암이 꼭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췌장암 8.8%, 폐암21.9%, 담낭 및 기타 담도암 28.3%, 간암30.1%, 혈액암 34.6~81.1%, 난소암61.6%로 여전히 몇몇 암들은 생존율이 매우낮아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질병으로 남아있습니다.

■ 난치병 극복을 위한 노력

그 동안 인류는 난치병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질병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찾았으며, 또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0년 동안 인류의 기대 수명은 크게 증가하여 1880년에 39.4세이던 기대수명이 1950년에는 68.2세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80세가 되었습니다.

링겔 낀 손을 맞잡은 손

이러한 발전 뒤에는 질병에 맞서는 인류의 노력과 고통,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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