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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환상숲 곶자왈의 ‘숲해설가’ 동생을 둔 삼성전자 이지석 사원 “내 동생을 소개합니다”

제주도 환상숲 곶자왈의 '숲해설가' 동생을 둔 삼성전자 이지석 사원 "내 동생을 소개합니다"

■ ‘갈등’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아시나요?

‘갈등’은 한자로 칡 갈(葛)에 등나무 등(藤)으로 표기하는데요. 오른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는 칡과 왼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는 등나무는 서로 엇갈리고 부딪히게 됩니다. 칡덩굴에 깔린 등나무가 썩어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1년, 2년이 지나면 등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 칡덩굴을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게 역전하게 된답니다. 갈등으로 인해 고민하고 마음을 다치셨나요? 언젠가는 역전의 때가 옵니다. 그 역전의 때를 기다리세요!
  
이 이야기는 언어학자나 심리학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갈등’ 덕분에 탄생한 숲인 제주 곶자왈에 대해 설명해주는 숲 해설가 이지영 씨가 들려준 나무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이지영 씨는 삼성전자 DS 부문 이지석 사원의 동생인데요. 이지석 사원과 동생 이지영 숲 해설가를 만나 제주의 허파 곶자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철학을 담아낸 숲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이지석 사원과 동생 이지영 숲 해설가

■ 제주의 허파, 곶자왈에 가 보셨나요?

 곶자왈

곶자왈은 용암이 남긴 신비한 지형 위에서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말합니다. 제주 방언으로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가시덤불과 같이 잡목이 우거진 지역을 가리킵니다. 제주도에 있는 360여 개의 오름 중 10개의 오름 주변에 분포한 곶자왈은 크게 4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중 환상숲은 ‘한경-안덕 곶자왈’에 속해 있습니다.

곶자왈은 쉽게 돌 위에 형성된 숲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흙이 없는 상태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돌을 뚫고 자란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돌 틈(숨골) 사이에서 지하공기가 나오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북방한계식물과 한대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숨골 덕분에 장마철에도 비가 고이지 않고 가뭄에도 돌틈에서 물안개가 올라오기에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는 땅이기도 합니다. 곶자왈은 유명 배우가 “숲으로 와~”라고 이야기하던 화장품 CF의 촬영 장소로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이지석 사원의 동생 이지영 씨는 환상숲 ‘곶자왈 정글공원’에서 곶자왈을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숲 해설가입니다. 

이지영 씨

이지영 숲 해설가

“곶자왈은 바닥에 흙이 없기에 옛 어른들에게는 ‘농사 못 짓는 땅’으로 홀대받아왔던 곳이에요. 땔감을 하는 곳 정도로만 사용되었죠. 그래서 곶자왈 주변 마을들은 숯을 구워서 팔던 마을로 유명했답니다. 곶자왈에는 굵은 나무가 없답니다. 7~80년대까지도 자라는 대로 밑동까지 베어졌던 나무들이기 때문입니다. 땔감으로 나무들이 모두 이용되면 한동안 숲은 방치되고 허허벌판이 된 돌땅에서는 숲의 천이과정이 처음부터 진행됩니다. 풀이 자라고, 그 위로 가시덤불과 같은 관목들이 자라고, 그 위로 소나무와 같이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림들이 자라다가 그들의 그늘에서 음수림들이 자라며 지금과 같은 숲을 만들지요. 식물들은 자신이 날 때를 알고 물러갈 때를 압니다.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서로 부딪히기에 살아가기도 하고 때론 희생하기도 하는 식물들은 죽어서도 양분이 되어 또 다른 숲의 밑바탕이 되어줍니다. 어떻게 돌 위에서 식물들이 자라느냐고 물으면 저는 식물들 간의 갈등이 만든 1~2Cm의 흙(부엽토) 덕분이라고 답합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보겠다는 식물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아직도 곶자왈은 돌무더기 땅이었을겁니다.”

갈등이 있기 때문에 화목도 있고 화해도 있다고 설명하는 이지영 씨의 숲해설에는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와 숲을 이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지영 씨는 환상숲 곶자왈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왜 가시가 밑으로 향해 있을까요? 이 나무는 왜 향이 이렇게 진할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하는데요.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무의 생명력과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 식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틔워주고 싶다고 전합니다.

환상숲 곶자왈

■ 식목일마다 수천 그루 나무 심던 고사리 손

이지석 사원 남매와 아버지

2006년 겨울 어느 날, 은행원으로 근무하시던 이지석 사원 남매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졌습니다. 이지석 사원의 아버지는 두 번의 큰 수술을 마친 후, 재활치료 과정에서 숲에 길을 내고, 하나하나 돌을 쌓아 가며 산책로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나무를 좋아해 식목일마다 온 가족을 동원해 4~5천 그루의 나무를 심던 아버지의 나무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와 이지석 사원의 남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가족사진

이지석 사원

“저희 남매가 1년 중 가장 싫어하는 날이 식목일이었어요. 분재 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정도로 분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셨던 아버지께서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이라고 말씀하시며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거든요. 다른 집은 밭에 밭작물을 심는데, 저희는 나무를 심었어요.(웃음)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자라오면서 나무와 숲을 가까이하고 자랐기 때문일까요? 아들 이지석 사원은 나무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고, 딸 이지영 씨는 철학이 담긴 숲 이야기를 전하는 숲 해설가가 되었습니다.

이지석 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쌓은 돑탑

■ 타잔의 덩굴이 가득한 숲에서 빛이 되어 준 동생의 목소리

이지석 사원과 이지영 씨는 어릴 적부터 사이좋은 남매

이지석 사원과 이지영 씨는 어릴 적부터 사이좋은 남매였습니다. 히치하이크로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다에 나가 함께 고동을 잡고 놀았고요. 손잡고 영화관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지석 사원
“동생이 어릴 적에는 정말 작고 귀엽고 예뻤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요.(웃음) 예쁘다는 표현을 장난으로 했던 것 같아요. 동생이 공부하고 있으면 가서 ‘툭’ 치고 오는 그런 장난이 재미있었어요.(웃음) 사이는 좋았는데, 장난을 많이 쳤던 기억이 나네요”

이지영 숲 해설가
“한번은 저희끼리 투닥거리니까 아버지가 불러 앉히시고는 서로 칭찬해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오빠가 ‘지영이는 발바닥의 색깔이 노란 게 참 예뻐~’라고 말했고, 저는 ‘그래. 오빠 발톱에 때 낀 것도 예뻐~’라며 이야기하기도 했죠.(웃음) 밖에서는 서로에 대한 칭찬도 많이 하는데, 앞에 있으니 많이 쑥스러웠어요.”

한 번은 생일축하로 이지석 사원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상동나무 열매를 따 먹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요. 이지석 사원과 친구 한 명이 함께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동생 목소리를 듣고 간신히 길을 찾아 나왔던 아찔한 경험도 했다고 하는데요.   

이지석 사원
“정리되지 않은 숲 속은 가시덤불로 가득해 바로 앞에 길이 있어도 방향이 정말 헷갈리거든요. 밖에서 저희를 찾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길을 찾아 나올 수가 없었어요. 어느 순간 동생 목소리가 귀에 들려 그 목소리를 따라나오게 되었어요.”

■ 숲 읽어주는 여자, 이지영 숲 해설가

■ 숲 읽어주는 여자, 이지영 숲 해설가

가시덤불 숲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오빠의 이름을 부르던 꼬마숙녀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는 숲지기 아버지를 도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연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환상숲 곶자왈을 찾는 수많은 이들 중 기억에 남는 관람객에 대해 물었는데요. 이지영 숲 해설가는 앞을 못 보는 일행을 만났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꽃

이지영 숲 해설가
“지난해 여름, 두 쌍의 부부가 오셨는데요. 일행 중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한 부인이 ‘곶자왈을 일행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데려오셨다’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 대신 손끝으로 숲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뭇잎 색깔의 정도, 돌덩이의 질감 등 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숲속을 걸었는데요. 해설을 마치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본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에게도 감동 가득한 순간이었습니다.”

숲을 만지는 것과 아끼면서 쓰다듬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하는 숲 해설가 이지영 씨. 그녀는 숲에서는 함부로 걷지 말고 주의를 기울이며 조용히 들러 지켜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지영 숲 해설가
“숲은 저에게 가족을 연결해주는 끈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살았는데요. 숲은 언제든 그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숲으로 돌아가면서 편안함을 얻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졌거든요. 제가 숲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저를 지지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무

오빠 이지석 사원은 동생 이지영 씨가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숲과 자연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생이 마냥 자랑스럽습니다.

이지석 사원
“장남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을 동생이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동생의 숲 해설을 들었는데요. 숲 이야기와 함께 가치를 전하는 동생의 멘트 하나하나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동생의 일상이 마냥 즐거우면 좋겠습니다.”

이지영씨 일기
곶지왈의 말

■ 이지영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곶자왈의 비밀 

■ 이지영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곶자왈의 비밀

비밀 하나! 사계절 푸른 잎의 상록수들은 봄에 새순이 날 때 잎을 떨어뜨려서 봄, 여름에도 낙엽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이 6월에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곶자왈의 비밀2

비밀 둘! 곶자왈은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2012년 11월 28일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겨울에도 초록의 빛깔 가득한 숲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곶자왈입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DS 부문 이지석 사원과 그의 동생인 숲 읽어주는 여자 지영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철학이 녹아있는 숲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제주도 환상숲 곶자왈에서 이지영 숲 해설가를 만나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오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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